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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는 법을 모르는 욕심꾸러기

서문나비西門
찬바리 태생 | 여성
인간 | 14세
153cm | 평균

외관
선명한 적색 머리카락은 서문의 도사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은 턱선을 넘지 않고, 헝클어져도 좀처럼 티가 나는 법이 없다. 한편 오른쪽 눈엔 선명한 벌꿀 색, 그리고 왼쪽 눈에는 제비꽃 색이 깃들어 있었다. 날카롭게 올라간 눈꼬리와 짙은 속눈썹 덕에 인상 자체가 화려하지만 왼쪽 송곳니가 덧니로 자라 버린 것이 특히 눈에 띄곤 한다. 무릎을 덮는 기장의 치마폭은 차분히 가라앉는 법이 없다. 조금도 쉬지 않고 이리저리 다니며 제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손에 쥐느라 바쁘기 때문이었다.



◇ 심술 잔뜩 욕심꾸러기
아이는 욕심이 무척이나 많았다. 유복한 가문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왔건만, 왜 그리도 물욕이 많은 것인지 아무도 몰랐다. 있는 놈이 더 하다더니 딱 그 꼴이다.
양손에 무언갈 가득 쥐고도 마음에 드는 것이 생기면 당장 내놓으라 떼를 쓰기 일쑤. 주머니가 터지도록 쑤셔넣은 걸로도 모자라 바구니에 온갖 것들을 담아 다녔다. ‘내가 이렇게 많은 것을 가졌다’라고 자랑하는 철없이 어린 마음이기도 했다. 떡 하나를 쥐어 주면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큰 떡을 쥐여 주면 컵케이크가 좋아 보인다 하며, 두 개 모두를 쥐여주면 목이 막힌다며 수정과를 탐내었다.
◇ 철없는 버르장머리
그뿐이랴. 끝내 원하는 것을 받아내지 못했을 땐 앙심을 품고 두고두고 기억하는 뒤끝까지 있었다. 트집을 잡아 심술을 부리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세 시간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애교가 많고 붙임성이 좋으니 주변 모두가 괘씸한 마음을 가졌다가도, 어리광과 웃음 한 번이면 '마지막으로 당해 준다'는 식으로 넘겨온 것이다. 이것이 서문나비라는 작은 아가씨의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잘못 들여놓았음은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을 테다. 제가 예쁨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아이만큼 세상에 무서운 것도 없다.
◇ 금지옥엽 못 말리는 아가씨
서문(西門) 가주의 늦둥이 외동딸인 서문나비는 말 그대로 금지옥엽처럼 대우받으며 자라났다. 때문에 자존심과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며 저밖에 모른다. 좋게 말하면 자기 표현에 충실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세상에 무서운 게 없다는 듯이 굴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이 있듯, 지나친 욕심은 본인에게도 가끔 나쁜 영향을 미쳤다. 얻어낸 간식거리를 혼자 먹다가 체한다던가, 바구니가 너무 무거워져 들고 다니기에 벅차지는 등의 일이었다. 그런 때에는 영악하게도 착한 척 굴며 그새 흥미가 떨어진 것들을 골라 남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래놓곤 은근히 생색을 내어, 저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곤 했다.


성격
자옥 반지.
매우 희귀한 보라색 옥(자옥紫玉)을 통째로 깎아 만든 반지이며 본디 서문의 가보였다. 그리 대단한 물건이 왜 서문나비의 손아귀에 있는가 하면,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14년간 탐내왔던 물건이기 때문이다.
향천학도관에서 서신이 도착한 날부터, 나비는 밤낮 가리지 않고 가주인 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못살게 굴었다. 이걸 못 가져가면 상사병이 날 것 같다며, 아무 물건이나 신기로 삼으면 도력이 폭주할지도 모른다며 온갖 애교와 말도 안 되는 협박 끝에 기어이 얻어내고야 만 것이다. 이를 두고 가문에서 한바탕 난리가 난 것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겠다.


신기
기타
◇ 가문
월기어서(月起於西)라는 말처럼 달이 뜨는 곳은 으레 서쪽인 법이다.
서문(西門)이 가진 재력과 권력은 한낮의 태양처럼 주변을 따뜻하게 데우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두운 밤 홀로 오롯이 빛나는, 닿지 못할 동경의 대상에 가까웠다.
열넷. 이때까지 배운 것이라곤 본인 주머니 채우는 방법뿐. 집안 어른들과 친척들이 하는 양을 보고 자랐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자기 잇속 채우는 것이 최우선인 서문나비의 성격이나 행동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서문의 사람들은 그녀가 이 가문의 위상을 더욱 드높일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편 본인은 별 생각이 없었다. 이미 손에 쥔 게 자명한 가문의 가주 자리 따위는 흥미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 가치관 & 호불호
다다익선. 뭐든 많이 가지면 좋다는 것이 서문나비의 유일한 가치관이다. 물론 부잣집 아가씨답게 양과 질을 동시에 따진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 하나 더 있으면 좋고, 저에게 없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그 이외로는 변덕이 죽 끓듯 하여 어제는 좋았다가도 오늘은 싫어졌다고 말을 바꾸곤 한다. 마음에 든다며 숨이 넘어갈 것처럼 떼를 써서 얻어낸 물건도 잠시 후면 길 한구석에 버려지는 일이 왕왕 있다.
유일하게 언제나 좋다고 말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비가 오는 날이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산 하나 없이 바깥으로 뛰쳐나갈 정도.
◇ 반려동물
귀여운 소동물만큼 어린아이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도 없을 테다. 서문나비 역시 이제껏 수많은 반려동물을 들였다. 문제는 보살피는 데엔 관심도 노력도 들이지 않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른 이의 손에 떠맡기듯 넘겨 버렸다는 것이다. 나비가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동물들은 상냥하고 착한 새 주인을 만나 천수를 누리고 있다.
◇ 생일
음력 1월 15일. 양친의 생일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매년 바뀌는 제 양력 생일날은 귀신같이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