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그만 봐.



덜 자란 모순을 삼키고

한도영韓到永
빈바리 태생 | 남성
인간 | 20세
180cm | 70kg

외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방학 때마다 색이 바뀌었던 붕붕 뜨는 머리카락도 조금은 차분해졌다. 얄밉기만 했던 얼굴이 조금은 매끈하다. 뛰어나게 잘난 얼굴은 아니지만 계속 눈이 가는 얼굴. 뻔뻔하게 자기 입으로 잘났다 하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양쪽 귀에 두 개씩 걸려있던 귀걸이가 줄었다. 팔다리가 길고 손목과 발목이 가는 편이지만 은근히 뼈대가 있어 운동한다면 근육이 예쁘게 붙을 몸, 이지만 귀찮다고. 키의 성장은 멈춘 것 같은데 묘하게 덜 자란 느낌이 든다. 전운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편하게 입고 다니는 옷 위에 우사관 두루마기를 걸쳤다. 집 근처에서 친구라도 보는 것처럼 가볍게 입었는데, 계절에 맞지 않게 직직 끌고 온 블로퍼가 특히 그렇다. 노리개는 달랑달랑 들고 다니거나 벨트 고리에 달고 다닌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맞을까, 신목 앞에서 짧은 합장을 마친 뒤로 모두가 아는 익숙한 모습이다. 잘 웃고 잘 떠들고 장난도 곧잘 치며 얼굴에 짙게 깔렸던 우울이 걷혀 안색이 좋다. 처음으로 겪은 상실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인가 싶다가도 타인의 안위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걸 보니 완전히 나은 건 아닌가 보다. 덮어놓고 보면 처음 만난 열넷 후로 성장하지 못한 것과 다를 바 없지만 들여다볼수록 어떤 진득함이나 벽 같은 것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성격
손목시계.
무난한 디자인의 금속 손목시계. 왼팔에 착용 중이다. 초등학교 졸업 선물로 큰누나에게 받았다. 학도관을 나설 때마다 약을 갈았고, 줄을 늘였다.


신기
기타
1.
제법 나이가 있으신 공무원 부모님과 누나 둘의 가족관계. 작은누나와 띠동갑으로 꽤 나이 차이가 크게 난다. 서먹하지는 않지만, 누나와 동생이라기보다는 고모와 조카 같은 관계. 부모님에게는 한없이 애교쟁이지만 누나들에게는 어리광과 눈치 보기 사이를 저울질하는 일이 아주 익숙하다. 이 나이대 애들이 그렇듯이 가족보다 또래들과 있는 것을 즐거워한다. 특별히 친한 친구는 없으나 이리저리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타입. 교과서가 없을 때는 아무 반이나 들어가도 쉽게 교과서를 빌려올 수 있을 정도. 반에 한둘 있을 만한 타입은 아니게 되었다.
(성인+)
미래를 보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타입이지만 자신만 멈춰있는 것 같았다. 한참 놀고 있으면 자신의 미래를 향해 달리는 친구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친구들이 하나둘 무언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고 그걸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한참 그려봐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러는 와중 친구들의 도사보다는 다른 것이 어울리지 않겠냐는 가벼운 말들에 도사보다는 도사가 아닌 자신을 상상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학창 시절 뜻하지 않게 친구들의 비밀을 알게 된 덕도 큰데, 그 비밀의 결이 대부분 자신이 사는 세계의 것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 지내면 지낼수록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누구보다 즐겁게 학도관 생활을 했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 학도관이 즐겁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최선의 자리를 찾으면 된다고는 하지만, 성급히 자리를 잡았던 가시방석이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다. 학도관 입학에 후회는 없지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비집고 올라오는 밤들이 있다.
2.
학도관 입학 전에는 같은 이름의 고등학교까지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다. 아는 도라고는 제 이름에 들어간 글자밖에 없었다. 당연히 계속 같이 지낼 거로 생각한 친구들과 떨어지는 것이 아쉽고 도사니 도술이니 낯선 것투성이지만 도력 폭주라는 현상을 안 뒤로 바로 입학을 결심했다. 기숙학교라는 것을 안 뒤로 크게 기대 중이며 가족들에게 도술 학교인 것은 밝히지 않았다. 이 점을 조금 마음에 걸려 하고 있지만, 자신이 도사이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냥 기숙학교가 가고 싶었다고 얼버무렸다. 가족들은 흉흉한 세상에 막내를 품 안에서 놓아줘도 될지 걱정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 마지못해 입학을 허락했다.
(성인+)
도력 폭주가 두려워 입학한데다 걱정 끼치기 싫은 마음에 가족에게 많은 걸 숨기고 속인 데에 대한 죄책감이 크다. 비도교 참사로 다쳐 병상에 누운 누나의 손을 잡고 울며 가족에게 대부분을 고백했지만 딱 하나, 도력 폭주에 대한 것은 말하지 못했다. 자신이 언제 위험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생각해 가족에게는 도사로 살겠다고 말한 뒤 독립한다. 수능을 잘 봤다면 대학에 갈 예정이었으나 성적을 보고 진학을 포기했다. 양쪽 사이에서 붕 뜬 애매한 상태.
3.
12월 31일생. 또래 중에도 항상 막내이다. 좋게 말해 사랑받고 자란 게 티 나고, 나쁘게 말해 철없는 놈. 그래도 살살 눈치 보며 장난을 걸어오는 게 밉지는 않다. 가끔 신나면 선을 넘는 일이 있지만, 화 풀라며 싹싹 비는 모습을 보면 화낼 기운도 나지 않는다.
호불호가 없다시피 하다. 거의 모든 대상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나 작은 동물은 무서워한다. 이유는 너무 작아서…. 본인이 특출나게 크거나 힘이 센 것도 아닌데 작은 것들은 귀하게 여기는 습관이 있다.
집중할 때 그 대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따분하다면 이리저리 눈이 굴러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눈치가 있다면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을 잡아낼 수 있다.
머리를 쓰는 일보다는 몸 쓰는 일을 월등하게 잘한다. 공부는 지루하고 생각은 귀찮단다.
4.
모든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한 편. 눈물이 잦으나 그것을 부끄러워하진 않는다.
스킨쉽이나 살의 노출을 꺼린다. 묘하게 보수적이다.
장난 섞어 툭툭 뱉는 거짓말이 능숙하다.
3학년 마지막 방학 후 4학년 개학까지 연락이 전혀 되지 않았다.
5.
톡을 제외한 SNS 계정이 사라진 채다. 연락은 느린 텀으로 되었다.
대학 등록금으로 모아둔 돈을 미리 받고 방을 구해 본가 근처의 원룸에서 따로 살고 있다. 성인이 된 후에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본 듯. 차는 없으면서 면허는 땄다.
잠깐의 틈 동안 연애를 꽤 했다. 계속 바뀌는 프로필을 지켜봤다면 알 수 있을지도….
6.
빠른 회복의 방법은 외면과 회피. 학도관의 입학이 결정되자마자 한복인 교복에 어울리는 신발을 사거나 인간과 사람-한도영이 말하기를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지성체를 뜻한다.-을 구분해 말하는 등의 방법으로 도사 세계에 섞여들려 했으나 생각보다 본인이 흔히 말하는 속세에 가까운 인간이며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가 누군가에겐 자신을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는 동안 거의 무조건적 사랑만 받았고 그게 당연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 정도의 머리는 있지만, 자신이 노력해서 바꿀 수 없는 것을 이유로 받는 거부는 상상한 적 없다. 그 외에도 6년을 꼬박 지내며 대통 한번 없는 자신의 성적, 하늘장치기나 대련 수업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도 자신이 있는 곳은 항상 지는 등의 일이 계속되었는데, 이런 부진이 특별한 상처로 와닿지는 않았으나 잔잔히 쌓여 자연히 도사로서의 미래를 상상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과 한참 다른 친구들을 만나 지낸 학도관의 생활을 즐거웠지만, 마지막이 좋지 않게 끝난 꿈 정도로 생각한다. 한참 미래에 대해 걱정하던 지난날과 다르게 학도관 동기들과 있을 때 은근히 붕 떠 현실감 없는 모습을 보인다.
7.
3학년 이후부터 쭉 도사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빈바리라는 말도 마음에 들지 않고, 싸움에 휘말리는 일반 시민들이 많은 것도, 무엇보다 자질을 타고나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태어난 바를 바꾸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을 위해 희생된 자들이 있음도 그렇고, 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한 적 없는데 내가 인간이기 때문에 너희는 나를… ….
7-1.
그러면서도 같은 손목에 걸려있던 신기 대신 도력을 구속하는 팔찌를 풀어버리거나, 사념 같은 간단한 도술은 꾸준히 사용하고 바깥이 그립다면서도 방학에도 학교에 남는 등의 모순적 모습을 종종 보인다.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보는 것 같은 묘한 불편함과 찝찝함이 있다.
8,
자유란 단순히 행동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닌,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앞으로도 도사로 등록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욕망한다.

